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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825 1기(13.3~18.2)

3월의 추천도서 (18) 간송 전형필 - 이충렬

 

 

 

 

 

◎ 목차

 

서문_ 여기, 간송 선생이 있다
청잣빛 하늘, 천 마리의 학
무거운 짐을 진 식민지 소년
무엇을 할 것인가?
평생의 스승, 위창 오세창
하늘이 내린 재산
첫 수집품
세상의 눈에서 멀어져야 문화재를 지킨다
고서화 수집의 전진기지, 한남서림
황금광 시대의 꿈
우정과 헌신의 동지, 이순황과 신보
추사를 만나다
겸재와 진경시대
현해탄을 건너 혜원을 찾아오다
위기!
국보가 된 참기름병
기와집 400채의 승부
우리나라 최초 개인 박물관, 보화각
구제와 교육사업
훈민정음 해례본을 구하다
아, 전형필
해설_ 간송 전형필 수집품의 문화사적 의미
간송 수집품 중 지정 문화재 목록
간송 전형필 연보

 

 

◎ 본문 중에서....

 

“젊은 분의 기백이 정말 대단하십니다. 제가 졌습니다. 저의 결례를 마음에 두지 말고 웃음으로 넘겨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무라카미는 청년 전형필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전형필도 천학매병을 양보해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는 인사로 화답했다. 무라카미는 전형필에게 앞으로 ‘조선 제일의 수장가’가 되라고 덕담했다. 광복 후 국보 제68호로 지정된 ‘청자 상감 운학문 매병’은 이렇게 조선 땅에 남았다.  --- 본문 중에서

 

오세창의 표정이 복잡했다. 세파에 시달려본 경험이 없는 저 맑은 청년이 어떻게 그 큰 재산을 꾸려갈 것인가.
“그래서 오늘은 어르신께 제 장래에 대해 상의 드리려고 찾아뵈었습니다. 재작년 여름에 말씀드렸던 것처럼, 이제부터 우리나라의 옛책과 서화가 이리저리 흩어지지 않도록 모아보고 싶습니다. 춘곡 선생님과 어르신께서 길을 인도해주신다면, 조선 땅에 꼭 남아야 할 서화 전적과 골동품을 지키는 데 미력한 힘이나마 보태겠습니다.”

오세창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쉽지 않은 큰 결심을 했구먼. 그런데 서화 전적을 지키려는 이유가 무엇인가?”

전형필은 잠시 혼란스러웠다. 지극히 당연한 걸 묻는 의도가 뭘까?  --- 본문 중에서

 

박물관! 오세창과 이순황의 눈이 동시에 휘둥그레졌다. 오세창이 가슴을 진정시켜며 물었다.
“박물관이라면… 창경궁에 있는 이왕가 박물관 같은 것을 말하는 것인가?”
당시 우리나라에는 이왕가 박물관과 1915년 경복궁 안에 만든 조선총독부 박물관 그리고 경주와 부여에 총독부 박물관 분관이 있을 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전형필이 우리나라 최초의 개인 박물관을 짓겠다고 하니, 오세창이나 이순황이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 본문 중에서

 

전형필은 밤이 새도록 《훈민정음》을 읽고 또 읽었다. 만들어진 지 500년 만에 발굴된 보물 중의 보물이었고, 전형필이 수집을 시작한 지 13년 만에 성취한 대발굴이었기에, 눈물을 흘리다가는 웃었고, 웃다가는 다시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새벽 동이 틀 무렵 오동나무 상자에 넣어 집에서 가장 깊숙한 곳에 갈무리했다.
전형필은 《훈민정음》을 자신이 수장하고 있는 수집품 중 최고의 보물로 여겼다. 한국전쟁 당시 피난을 갈 때도 품속에 품었고, 잘 때는 베개 속에 넣고 지켰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