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추천 도서(21.3~22.2)/2021-7

7월의 추천도서 (3053) 두 발의 고독

'-') 2021. 7. 11. 10:00

1. 책소개

 

“우리는 한때 방랑하는 유목민이었다”
오솔길 산책에서 장거리 트레킹까지…
운전을 멈추자 시간과 자연 속으로
두 발이 꿈틀거렸다!

길은 어떤 한 사람이 홀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길은 먼 과거로 거슬러올라가 오랜 세월에 걸쳐
수많은 사람들이 걸어 다닌 행동이 모두 모여 만들어진다.
그렇게 길은 이야기와 닮았다.

500만 년 동안 기록된 방랑의 유전자가 무색하리만치 오늘날 우리의 두 발은 길의 냄새를 거의 잊었다. 땅에 인위적으로 그어진 어떤 경계선도 없었던 때, 어디로든 갈 수 있었고 새로운 땅을 탐험할 수 있었던 그 시대에 인류의 두 발은 언제나 길 위에 있었고, 자연과 지리를 읽는 능력은 생존에 필수적이었다. 그러나 교통수단이 점점 발달하면서 우리의 주된 관심사는 ‘이동’이 아닌 ‘체류’가 됐다. 이제는 가까운 곳도 자동차 없이는 가보지 않으려 한다. 내비게이션이 꺼져 있으면 아는 길도 초행길이 된다. 지형을 살피려고 두리번거릴 일도 없다. 찾아가야 할 길은 스마트폰 지도 앱 속에 펼쳐져 있다. 추억 속 작고 투박한 옛날의 길들은 벌써 도로에 잠식당했고, 우리의 두 발은 방금 걸은 길의 거리를 재지 못한다.

 

출처:교보문고

 

2. 저자

 

저자 : 토르비에른 에켈룬 (Torbjørn Ekelund)
노르웨이의 저널리스트이자 작가로, 저서가 『숲에서 1년』(심플라이프, 2018)이라는 제목으로 번역, 소개된 바 있다.

출처:교보문고

 

3. 목차

 

제프 니컬슨의 서문
자발적 이동: 길의 전제 조건
여는 말
모든 길에 대한 평가

1부
인간은 늘 돌아다녔다
도보여행길
고산트레킹

2부
내가 기억하는 길
야생 속으로

3부
발자국
정신적 우회로
내면의 풍경

4부
출발점으로 돌아가다
누구든 같은 길을 두 번 걸을 수 없다
여행의 끝에서 발견하다

에필로그/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주/ 참고문헌

 

출처:본문중에서

 

4. 책속으로

 

내가 어렸을 때, 길은 내 삶의 전반을 일관되게 흐르는 하나의 공통된 맥락이었다. ‘걷기’는 존재의 자연스러운 부분이었다. 걷지 않고는 살 수 없었기 때문이다. 길은 모든 곳에 있었다. _22p

아버지 집 식탁에 앉아 이렇게 오래된 사진을 들여다보는 동안, 내가 여태껏 내 인생의 모든 길을 우리 오두막 뒤로 난 그 작은 오솔길을 중심으로 평가해왔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깨달았다. 그 길이 아직도 거기에 있는지, 아니면 무성한 잡초와 이끼로 완전히 덮이거나 주변 풍경 속에 묻혀버렸는지 확인하기 위해 그곳에 돌아가서 다시 걸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_37p

여러 지역을 이리저리 이동하는 행위는 비정상적인 것이 아니다. 오히려 한곳에 머무는 것이 이상한 현상이다. 그럼에도 오늘날 우리 문화는 이리저리 떠도는 생활방식을 거의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_43p

그때 계획처럼 이 새로운 여행 계획 또한 단순했다. 우리는 오슬로에서 가까운 노르마르카숲을 사흘에 걸쳐 걸어서 관통할 예정이었다. GPS나 나침반 없이 오직 태양만을 길잡이로 해서 정해진 길이 아닌 길을 따라 걷기로 했다. 보통 길을 걸을 때 겪는 것과는 정반대의 경험을 할 기회를 갖고 싶었다. _112p

길은 하나의 완벽한 은유다. 그것은 세상 사람들의 감정과 바람을 모두 담을 수 있다. 불신과 믿음, 탄생과 죽음, 생각, 희망, 구원에 이르는 길,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길, 여행의 시작과 끝. 길은 삶 자체를 형성하는데, 그 삶은 서구 기독교 유산의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거기서 삶은 태어나서 죽는 날까지의 여행이다. 인류의 역사는 창조에서 최후의 심판의 날까지의 여정인 것이다. _123p

나는 걸을 때 상황이 더 복잡해지는 경험을 해본 적이 없다. 오히려 모든 일이 더 단순해지고 명확해진다. 생각은 대개 갑자기 떠올랐다 사라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흔히 이런저런 생각이 머릿속을 떠돈다는 말을 많이 한다. _182p

자동차 운전을 멈추고 걷기 시작한 지 1년이 지났다. 그렇게 한 해를 보내면서 나는 서서히 변화했고 봄이 다시 시작되는 문턱에 서 있을 즈음엔 육체적으로 매우 큰 변화가 일어났음을 느꼈다. 나는 새로운 사람, 아니 아주 옛날 사람이 되었다. 미래로 나아가기보다는 과거로 거슬러올라가 이리저리 떠돌며 유목생활을 하던 우리 선조들처럼 방랑하는 사람이 되었다. _213p

세상은 걸어서 여행할 때 황홀한 열린 공간이 된다고 독일의 영화감독 베르너 헤어초크는 주장한다. 그의 말은 전적으로 옳다. 숲속으로 더 깊이 걸어들어갈수록, 걷는 속도와 주변의 풍경을 바라보는 시각은 그것과 반비례로 내게 점점 더 선명해지는 것 같다. 천천히 걷는 사람은 많은 것을 보지만, 빨리 걷는 사람은 주변을 잘 보지 못한다. _240p

저자가 길을 걸으며 체험하고 생각한 것을 글로 썼다면, 나는 운 좋게도 그 글을 번역하고 나서 길을 걸으며 그의 생각을 되새김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책을 읽고 독자가 저자와 공감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렇게 몸으로 직접 저자의 생각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그 공감은 깊이를 더한다. 머리로 공감하는 것과 몸으로 공감하는 것의 차이랄까. _276p(옮긴이의 말」에서) 

 

출처:본문중에서

 

5. 출판사서평

 

어느 날 내 인생을 바꿀 중요한 일이 일어났다.
입원한 지 3일 만에 한 의사가 와서
내가 뇌전증에 걸렸다고 알려주었다.
“이제 당신의 삶은 많은 것이 바뀔 겁니다.
그중 하나가 더이상 운전을 하면 안 된다는 겁니다.”

이 책 『두 발의 고독』은 어느 날 뇌전증 진단을 받고 운전면허증을 반납하게 된 저자가 모든 길을 두 발로 걸어서 이동하기 시작하면서 경험한 이야기들을 써내려간 에세이다. 그는 이전과 달라진 삶에 금세 익숙해진 자신에게 놀라며 생활이 차분해지는 것을 느낀다. 걸어서 출근하자 안 보이던 길이 보이고 안 들리던 소리가 들린다. 늘 다니던 길이 새롭게 다가온다. 그는 배낭 무게를 다르게 하고 맨발로 걷는 등 새로운 걷기의 방식들을 시도해보기도 한다. 그사이 길은 점점 넓어지고 길어져 그는 노르웨이 하르당에르고원을 가로지르는 옛 산길을 탐사하기도 하고, 오슬로 인근의 노르마르카숲을 태양에만 의존해서 기존의 탐방로가 아닌 길을 찾아가며 관통하는 모험도 감행한다. 그리고 어릴 적 부모님과 함께 걸었던 외갓집 오두막 뒷길을 회상하며 혼자 그 길을 탐색하기도 한다.

나는 걷고 또 걸었어요. 나는 끊임없는 흐름 속에 있었어요.
마치 하루에 몇 시간씩 명상을 하고 있는 것 같았죠.
처음 4주 동안은 발바닥이 부르트고 물집이 생겨
매우 쓰리고 아팠지만, 이내 상태가 좋아졌어요.
나는 생각했지요. 걷고 또 걸어라. 이게 바로 인생이라고.

저자는 아무 목적 없이 어슬렁거리며 떠돌고, 갑자기 옆길로 새기도 하고, 구불구불한 길을 찾아 거닐고,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길을 물리적으로나 지적으로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이러한 길 위의 여정을 반복하며 그는 길이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동시에 과거로 돌아가게 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성인이 되어 걸었던 모든 길들이 어릴 적 가족들과 여름 휴가지로 머물렀던 오두막 가는 길로 이어진다는 것을 안 것이다. 그는 길을 걷는다는 것이 단순히 그 길이 있는 자연 속 공간을 걷는 것이 아니라, 그 길과 연결된 시간, 즉 과거와 현재, 미래를 생각하며 걷는 것임을 확인한다.
이 책은 우리가 잊어버린 걷기의 감각을 일깨우고 길과 여정의 의미를 재발견하게 돕는 책이다. 모든 길은 시작과 중간과 끝이 있다. 길의 앞에는 여행의 목적지가 있지만, 뒤에는 최초로 그 길을 만든 사람들을 포함해서 우리보다 먼저 그 길을 걸었던 모든 이가 있다. 따라서 길의 역사는 우리의 역사다. 그것은 노동과 삶, 탐험과 이주에 대한 이야기이며, 실타래에 감긴 실처럼 지구를 거미줄같이 복잡하게 둘러싸고 있는 망網에 대한 수없이 많은 이야기다. 이 책은 바로 그런 것들을 담고 있다. 

출처: 싱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