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책소개
“우리는 자유롭지만 동시에 고립되었다!”
무한한 사유와 엄정한 시선으로 낭떠러지 앞에 선 인간과 세계의 현상을 파고들다
이탈리아의 지성 파올로 조르다노가 코로나19 한가운데에서 쓴 화제의 책 『전염의 시대를 생각한다』. 2019년 말 중국에서 발생해 전 세계로 확산된 코로나19는 상상과 현실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인간과 사회를 공포에 빠뜨리고 있다. 발병 시기는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이 기간 동안 우리 모두의 일상은 부드럽게, 서서히 산산조각이 났다. 이 유례없는 패닉이 지나고 난 뒤 우리는 어떤 변화를 맞을 것인가?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을 것인가?
파올로 조르다노는 코로나19로 가장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는 이탈리아 한가운데 있지만, 소설가의 무한한 사유와 과학자의 엄정한 시선으로 새로운 전염병이 불러온 현상을 예리하게 파고들었다. 그는 지금을 ‘전염의 시대’라고 진단한다. 그리고 덧붙인다. “이 전염의 시기가 폭로하는 우리 자신에 대해 귀를 막고 싶지 않다”고. 그는 이 이례적인 사태 앞에서 허무와 고통만을 느낄 게 아니라 우리가 왜 오늘에 이르렀는지 현상 이면을 섬세하게 읽어내야 한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비단 죽음에 대한 공포 때문만은 아니다. 현재 벌어지는 일은 우연한 사고도, 천재지변도, 새로운 것도 전혀 아니며, 과거에 이미 발생했고 앞으로 또 다시 벌어질 일이기 때문이다.
출처:교보문고
2. 저자소개
저자 : 파올로 조르다노(Paolo Giordano)
1982년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태어났다. 토리노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8년 스물다섯 살의 나이에 발표한 첫 소설 《소수의 고독》으로 이탈리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스트레가 상과 캄피엘로 상을 동시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중견 작가들만 받아온 스트레가 상을 최연소로 수상해 온 이탈리아가 주목했고, 250만 부 이상 팔리며 42개국에 번역 출간돼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인간의 몸》(2012) 《검정과 실버》(2014) 《하늘을 집어삼키다》(2018) 등의 소설과 희곡집을 발표했다.
출처:교보문고
3. 목차
· 땅에 발을 딛기 위하여
· 질서를 허락하는 시간
· 전염의 수학
· 알제로값
· 이 미친 비선형 세상에서
· 전염을 막는다는 것
· 거듭되는 실망
· 구슬과 구슬의 거리
· 신중한 태도
· 외롭고 의기소침한
· 격리의 딜레마
· 운명론에 맞서며
· 다시 운명론에 맞서며
· 인간은 섬이 아니다
· 능력이 형벌이 되어
· 혼돈
· 시장에서
· 슈퍼마켓에서
· 책임은 누구에게 물어야 할까
· 감염은 징후다
· 새로운 생각으로의 초대
· 외면했던 식물의 죽음
· 전문가들의 논쟁
· 오컴의 면도날
· 거짓과 추측의 생태계
· 숫자와 공포
· 날수를 세면서
에필로그 1
에필로그 2
출처:본문중에서
4. 책속으로
우리는 마치 지평선에 모여 있는 짙은 비구름을 쳐다보듯이, 중국은 멀리 떨어져 있고, 어쨌든 저곳에서 벌어지는 일은 여기에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탈리아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대거 발생했을 때, 우리는 완전히 망연자실했다._p. 14
좋은 소식은 R0값은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그것은 순전히 우리에게 달렸다. 만약 우리가 감염 가능성을 낮춘다면, 바이러스가 이 사람에서 저 사람으로 옮겨가지 못하게 행동한다면, R0값은 내려가고 전염 속도는 줄어들 것이다. 만약 우리가 필요한 기간만이라도 단호하게 사회적 거리를 둔다면 마침내 R0는 임계점 아래로 내려가 전염병의 기세는 수그러들 것이다. R0를 낮추는 것은 우리가 코로나19에 저항한다는 수학적 의미다._p. 18
나는 병에 걸릴까봐 겁나는 게 아니다. 그러면 무얼 걱정하냐고? 감염이 바꿀 수 있는 모든 것. 내가 알고 있는 문명의 구조가 엉성하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것. 모든 게 초기화되는 것이 두렵지만, 그 반대로 아무 변화 없이 이 불안이 지나가는 것도 염려스럽다._p. 25
집단에서 우리 행동이 모여 만들어내는 누적 효과는 행동 하나가 만들어내는 효과의 합과 다르다는 것이다. 우리는 다수이고, 우리 각자의 행위는 각각 지각되기 어렵고 막연한 전체 결과로 이어진다. 감염의 시대에 연대감 부재는 무엇보다도 상상력의 결여에서 온다._p. 39
펜으로 선을 그어 인간들의 상호 교류를 표시한다면, 세상은 단 하나의 거대한 잉크 얼룩일 것이다. 2020년에는 엄격한 수도자도 최소한의 인간관계를 유지한다는 말이다. 수학적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경로가 매우 복잡하게 얽힌 연결 그래프 속에 산다. 바이러스는 이 경로를 타고 어디든지 달려간다. 전염의 시대에, ‘인간은 섬이 아니다’라는 존 던John Donn*의 묵상이 더욱 의미심장하고 새롭게 다가오는 이유다._p. 43
바이러스 확산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일어났는지 정확하게 재구성하는 것은 단지 호기심 그 자체를 해소하기 위한 게 아닌,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것만큼 중요한 전염병학의 임무이다. 하지만 그 과정은 아주 더디고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일련의 과정은 무시된 채 많은 사람들이 Cov-2의 발생 정황을 간단하게 혹독한 몇 마디로 요약해버렸다. “중국 사람들은 역겨운 동물들을 먹는대. 그것도 날것 그대로.”_p. 49
우리들 중 작년 여름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일어난 대형 화재가 어떤 결과를 발생시켰는지 진정으로 아는 사람이 있을까? 최근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일어난 산불로 동물들이 대량 멸종됐는데 그 여파가 어떻게 나타날지 누가 예측할 수 있을까? 아직 이름조차 짓지 못한 미생물들은 곧 새로운 터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사실 우리 인간보다 더 나은 번식지가 어디 있을까? 우리는 수효가 많은 데다 더욱더 증가할 것이고, 사방팔방 움직이며 수많은 관계를 맺는, 미생물 입장에서는 최적의 숙주 아닌가?_p. 54
나는 처음에 이 글을 시작하며, 현재 벌어지는 일은 과거에 이미 발생했고, 앞으로도 일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갑작스러운 예언이 아니다. 어림짐작도 아니다. 오히려 지금은 더 냉정하게, 코로나19와 같은 사태는 앞으로 더 자주 일어날 것이라고 덧붙이고 싶다. 감염은 징후이기 때문이다. 전염은 생태학 속에 있다._p. 56
우리는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우리에 대한 또 다른 불신을 남기며 평소보다 더 나쁘게 처신한다. 의심의 굴레는 모든 것을 갈아엎는다. 바이러스는 이러한 악순환, 즉 과학이 우리의 일상생활과 부딪힐 때마다 거의 항상 만들어내는 불신의 고리를 드러냈다. 극심한 공포는 숫자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그 고리에서 솟아 나온다._p. 71~72
요즘 내 머릿속에 자주 떠오르는 성서 구절이 있다. 시편 90장의 말씀이다.
“저희의 날수를 셀 줄 알도록 가르치소서. 저희가 슬기로운 마음을 얻으리다.”
아마 전염의 시대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수를 세는 것 외엔 없기에 그 구절이 생각났을 것이다. 우리는 감염자와 완치자, 사망자의 수를 세고, 입원자의 수와 학교 결석 일수를 센다. 주식 시장에서 날아간 수십억과 마스크 판매 수, 진단 시약의 결과가 나오는 시간을 센다 그리고 날수를 세고 또 센다. 그런데 시편의 구절은 우리에게 다른 관점을 암시하는 것 같다. 날수를 셀 줄 알도록 가르치소서. 우리의 날에 가치를 부여하기 위해. 모든 날에, 우리에게 고통스러운 공백으로만 여겨지는 이 날에도 가치를 부여할 수 있게 하소서. 우리는 코로나19가 개별적인 사건이고, 역경이나 재앙이며, 다 ‘그들’ 잘못이라고 소리칠 수 있다. 그렇지만 반대로 이 사태에서 의미를 찾고자 노력할 수 있다. 정상적인 일상이 우리에게 허락하지 않았던 ‘생각의 시간’으로 이 시기를 더 잘 활용할 수 있다. 날수를 세면서, 슬기로운 마음을 얻자. 그리고 이 모든 고통이 헛되이 흘러가게 놔두지 말자._p. 76
전염병은 모든 것을 장악했다. 신문사 홈페이지, 저녁 식사에서의 대화, 문만 열면 펼쳐질 로마의 아름다움 등 평소에 우리가 누리던 모든 것을 앗아갔다. 현재 우리는 참담한 분위기 속에서 그 무엇으로도 위로를 받을 수 없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전염병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걸리기 더 쉬워진다. 이런 상황은 엄격하고 구조화된, 그리고 잘 짜진 스케줄이란 환상을 깨버리고 우리에게 미적지근하고 끈적끈적한 곤죽 같은 일상만 전해준다._p. 81
자기 나라의 고대사를 자랑스럽게 여기며 살아온 이탈리아 시민들은 10일, 15일 그리고 20일 동안 시시각각 변하는 미래를 확인하면서 유례없던 이상한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바로 문밖에 기다리는 로마의 아름다움은 이제 그 어떤 위안도 줄 수 없다. 우리는 여전히 유행병의 미래에 살고 있다._p. 82
고통은 우리로 하여금 가려져 있던 진실을 대면하게 하고, 인생의 우선순위를 직시하게 하고, 현재에 부피를 다시 부여한다. 그러나 건강이 회복되고 고통이 사라지면 깨달음도 증발한다. 지금 우리는 한창 전 세계적인 유행병을 치르고 있다. 대유행은 엑스선으로 우리 문명을 비추고 하나둘 진실을 드러낸다. 바로 마음 깊이 새기지 않는다면, 전염의 시대가 끝남과 동시에 사라져버릴 진실들이다._p. 90
출처:본문중에서
5. 출판사서평
전 세계 26개국 동시 출간!
‘이탈리아의 지성’ 파올로 조르다노가 코로나19 한가운데에서 쓴 화제의 책
‘전염의 시대, 인간은 섬이 아니다’
우리가 하나의 공동체란 사실이 드러난 지금
개인들은 모두가 ‘유일한 방역선’이다.
파올로 조르다노가 명명한 ‘전염의 시대’에서 인간은 시인 존 던의 묵상처럼 ‘더 이상 섬이 아니다’. 개개인 각자는 모두가 유일한 방역선이며 우리의 행동 하나하나는 뚜렷한 결과로 나타난다. 이것이 지금 우리 앞에 놓인 시대의 특징적 현상이다.
▶ 전염의 시대는 초연결 사회다
우리는 어디에 있든 다층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사회, 정치, 경제, 문화뿐 아니라 인간관계, 그리고 정신적으로도 긴밀하게 얽혀 있다. 펜으로 선을 그어 인간들의 상호 교류를 표시하면 세상은 단 하나의 거대한 잉크 얼룩일 것이다. 이런 초연결 사회가 지금 우리를 전염의 고리로 한데 묶었다. 비행기, 기차, 버스, 자동차 등 빠르고 효율적인 교통망은 바이러스의 수송망이 되었고, 현대사회가 이룬 압도적 성취는 도리어 형벌이 되었다.
▶ 전염의 시대는 보편의 고독을 불러왔다
전염은 인간관계를 위태롭게 만들고 숱한 이들에게 고독감을 안겨주었다. 집중 치료실에 격리되어 투병하는 환자, 겹겹의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은 물론 마스크가 채워진 입, 의심의 눈초리, 뿌리 없는 소문, 침묵에 휩싸인 거리, 문 닫은 상점들, 집에 홀로 머무는 시간……. 우리는 자유롭지만 동시에 고립되었다.
▶ 전염의 시대, 모두는 공평하며 공동 운명체다
전염은 우리의 나이, 성별, 지역, 국적, 인종을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바이러스 앞에 인류는 모두 공평하며 오직 세 종류, 이미 전염이 된 감염자, 더는 전염될 수 없는 회복자, 그리고 감염 가능자로만 나뉜다. 비록 사회ㆍ경제적 이유로 누군가는 감염 현실에 더 취약할지라도 결국 운명은 모두와 연결돼 있다. 바티칸 성베드로광장에 홀로 선 프란치스코 교황이 인류를 위해 바친 기도문에서 “우리는 모두 한 배를 탄 연약하고 길을 잃은 사람들이라는 걸 깨달았다”라고 언급했듯 지금 우리가 걱정해야 하는 사회는 한 동네나 특정 도시가 아니다. 중국도, 유럽도, 미국도, 남미도 아니다. 인류 사회 전체다. 전염의 시대에서 우리는 하나의 공동체가 된다.
▶ 전염의 시대, 감염은 징후이다
거침없는 도시화, 산림 벌채, 대기 온도 상승 등 인간이 환경에게 가한 폭력은 지금까지 자신의 세계에 잠잠히 머물러 있던 미생물들을 외부로 끄집어냈고, 많은 동물 종의 급격한 멸종은 그들 몸에 서식하던 병원체들을 우리 앞으로 불러냈다. 기후변화가 초래한 이 복잡한 연결 고리를 끊어내지 않는다면 이 고리의 끝에서 더욱더 끔찍한 신종 전염병과 맞닥뜨릴 수 있다. 감염은 ‘징후’이기 때문이다. 전염의 열쇠는 생태학 속에 있다.
▶ 전염의 시대, 투명한 정보는 예방 의학 그 자체다
전염의 시대에 투명한 정보는 절차나 권리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적인 예방 의학이다. 사람들의 극심한 공포는 ‘숫자’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불신’의 고리에서 나온다. 정보가 투명하지 않을수록 가짜 뉴스는 사회관계망을 타고 전염병처럼 급속히 확산되며 정상적인 사고 능력, 도덕적 제어 능력을 망가뜨린다.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고, 자극하고, 분노케 하는 거짓 정보가 늘어날수록 우리는 전염병에 훨씬 더 취약해진다.
지금 가장 절실한 것은 일상으로의 회귀
그러나 생각할 용기를 내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되돌릴 수 없다
코로나19 이후 가장 급속하게 무너진 건 일상성이다. 학교와 도서관이 문을 닫고 평범했던 활동에 제약이 따른 뒤에야 우리는 일상, 곧 ‘정상 상태’의 의미를 깨닫게 됐다. 정확히 그 실체가 무엇인지도 몰랐던 정상성이 한순간에 우리가 지닌 가장 신성한 것이 되었다. 갑자기 찾아온 공백 앞에서 할 수 있는 건 숫자를 세고 확인하는 일. 학교 결석 일수를 세고 감염자와 사망자, 완치자의 수를 세며, 주식 시장에서 날아간 수십억과 마스크 입고 날짜, 단절된 관계와 단념한 활동을 센다.
그런데 파올로 조르다노는 숫자로 점철된 비정상성을 성서의 한 구절, “저희의 날수를 셀 줄 알도록 가르치소서. 저희가 슬기로운 마음을 얻으리다”를 인용해 사유를 더 확장해나간다. 단순히 날수를 세는 데 그치지 않고 ‘셀 줄 알도록 가르치소서’, 즉 이 지리멸렬한 공백과 고통의 시간에서 의미를 재발견하고 가치를 부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고립의 시간이야말로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생각’을 시작할 기회이기 때문이다. 고통은 가려져 있던 진실과 대면하게 하고, 인생의 우선순위를 직시하게 하며, 현재에 부피를 다시 부여한다. 그러나 이 모든 일이 수습되고 사라지면 깨달음 역시 증발하고 말 것이다.
파올로 조르다노는 우리가 전염의 운명에 다시 묶이지 않고, 묶이더라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각자가, 그리고 함께 성찰해야 한다고 말한다. 개인주의와 혐오를, 온갖 실책을, 문명의 엉성함을, 인간이 섬세하고 숭고한 생태계에 가한 오만을 생각해야 한다. 생각하는 용기를 내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되돌릴 수도, 한 발자국 나아갈 수도 없기 때문이다.
출처: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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