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책소개
현대정치의 중심에는 언제나 국가의 본질과 역할에 관한 논쟁이 있어왔다. 하지만 정작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것은 어렵기로 정평이 나 있으며, 이 개념은 천차만별로 해석되어왔다.
저명한 국가이론가 밥 제솝은 이 책에서 국가의 개념과 현실에 대해 비판적 시각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그는 국가와 국가권력을 이해하는 다양한 관점을 명쾌하게 설명하고, 국가들의 세계를 올바로 조망하며, 국가와 더 넓은 사회 사이의 역동적인 관계를 심도 있게 분석한다. 이 책은 국가의 형성과정, 발전단계, 국가 스케일의 재편과 미래 전망, 국가와 정치질서의 위기, 국가 간 관계 등 국가 연구의 핵심 쟁점들을 포괄적으로 다룬다. 제솝은 헤게모니ㆍ강제력ㆍ통치ㆍ거버넌스 등 주요 개념들을 명확하게 정의하고, ‘정상국가’와 ‘예외국가’, ‘실패한 국가’나 ‘불량국가’의 의미를 날카롭게 분석하며, 예외가 정상이 되어버린 현실을 예리하게 짚어낸다.
국가의 복잡한 현실에 대해 깊이 있게 통찰하면서도 일목요연한 정리로 핵심을 탁월하게 짚은 이 책은 정치학도ㆍ사회학도ㆍ행정학도ㆍ지리학도는 물론 현대사회에서 변화하는 국가의 역할을 이해하고자 하는 모든 독자에게 필수적인 안내서가 될 것이다.
출처:본문중에서
2. 저자
저자: 밥 제솝 (Bob Jessop)
영국 랭커스터대학교 사회학과 명예교수이자 국가이론의 세계적 대가로 인정받고 있다.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역사사회학자 필립 아브람즈Philip Abrams의 지도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케임브리지대학교 다우닝컬리지의 리서치펠로우와 에식스대학교 정치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정치사회학에서 시작된 그의 연구는 국가이론, 정치경제학, 지리학, 거버넌스 연구를 거쳐 문화정치경제학에 이르고 있다. 국가이론 분야의 대표작으로는 『자본주의와 국가The Capitalist State』(1982), 『풀란차스를 읽자Nicos Poulantzas: Marxist Theory and Political Strategy』(1985), 『전략관계론적 국가이론: 국가의 제자리 찾기State Theory: Putting CapitalistStates in Their Place』(1990), 『자본주의 국가의 미래The Future of the Capitalist State』(2002), 『국가 권력: 마르크스에서 푸코까지, 국가론과 권력 이론들State Power: A Strategic-Relational Approach』(2007)이 있다.
나이링 섬Ngai-Ling Sum과 함께 쓴 『조절접근을 넘어서: 자본주의 경제의 제자리 찾기Beyond the Regulation Approach: Putting Capitalist Economies in Their Place』(2006)는 2007년 유럽진화정치경제학회EAEPE: European Association for Evolutionary Political Economy에서 수여하는 뮈르달상Myrdal Prize을 수상했으며, 그 외에도 『문화정치경제학을 향하여: 정치경제학에서 문화의 제자리 찾기Towards a Cultural Political Economy: Putting Culture in Its Place in Political Economy』(2013, 나이링 섬과 공저) 등의 대표 저서와 다수의 논문이 있다.
출처:본문중에서
3. 목차
한국어판 서문 | 서문 | 표 목차 | 약어 | 주요 번역어
1장 서론
1부 국가의 개념ㆍ관계ㆍ실재
2장 국가의 개념
국가 연구의 어려움에 관한 노트 | 그렇다면 국가란 무엇인가? | 3대 요소 접근법 |
정치권력의 영토화에 대한 추가 논의 | 국가의 다형적 성격 | 국가특성이라는 변수 |
국가를 구성하기 | 국가의 4대 요소 정의 | 중간 결론
3장 국가를 사회적 관계로 이해하기
전략관계적 접근법 | 국가의 여러 차원 | 국가와 사회의 패러독스 | 결론
4장 권력, 이해관계, 지배, 국가효과
권력은 설명항인가, 피설명항인가? | 이해관계와 지배 | 국가와 계급지배 | 경제적ㆍ정치적ㆍ이데올로기적 지배의 접합 | 형태 분석의 한계와 자본주의 사회의 국가 | 사회적 상상계와 이데올로기 비판에 관해 | 결론
2부 영토, 장치, 인구에 관해
5장 국가와 시공간
사회공간성 | 영토화와 국가의 형성 | 영토ㆍ장소ㆍ스케일ㆍ네트워크 | 지배와 시공간적 조정 | 결론
6장 국가와 민족
국민국가와 민족국가 | 영토국가와 민족국가의 개념으로 보는 유럽 | 세계국가와 세계사회를 향해?
7장 통치+위계적 그늘 아래의 거버넌스
거버넌스와 복잡성 | 거버넌스 실패와 메타거버넌스 | 통치에서 거버넌스로 | 정치이자 정책인 메타거버넌스 | 위계적 그늘 아래에서 이루어지는 메타거버넌스의 성공과 실패 | 결론
3부 국가의 과거, 현재, 미래
8장 세계시장과 국가들의 세계
문제의 설정 | 세계시장과 국가들의 세계에 대한 이론적 논쟁 | 세계시장 통합과 국가체계 |
자본 논리의 지배 강화 | 국가 대응에서 나타나는 추세와 반대 추세 | 시간적 주권의 손실 | 결론
9장 자유민주주의, 예외국가, 새로운 정상성
‘가능한 최상의 정치적 외피’ | 비상사태와 예외체제 | 정치위기와 비상사태 |
권위주의적 국가주의 | 지속되는 긴축국가 | 결론
10장 국가와 국가성의 미래
국가이론은 유럽 중심적인가? | 국가는 어디로? | 국가이론은 어디로?
옮긴이 해제 | 참고문헌 | 찾아보기
출처:본문중에서
4. 책속으로
사회과학자들에게 문제는 국가의 신화를 해체하고 근본적으로 그 정체를 폭로하면서 국가가 실체적ㆍ통일적 개체로서 ‘언제나 이미’ 존재하는 것은 아님을 입증하는 것이다. 이는 국가요원들과 그 밖의 다른 이들이 실제로 존재하는 국가체계에 약간의 일시적이고 불안정한 통일성이나마 부여하려고 하고 다양한 행위의 장들에 있는 공식적 정책들 사이에 상대적인 일관성을 창조하려고 하는 노력들에 대해 연구할 수 있는 공간을 연다.
그것은 또한 국가관념 그리고 그것이 정치 무대의 주인공들에 행사하는 물신주의적 지배력을 비판할 수 있는 공간을 열고, 그러한 비판을 촉구한다. 실로 ‘국가’라는 물화된 개념을 포기할 때에만 우리는 국가관념에 내재한 모든 지저분한 복잡성을 염두에 두면서도 국가체계에 대한 진지한 연구를 시작할 수 있고, 여러 다른 국가관념에 대해 진지한 비판을 수행할 수 있다. 그런 후에야 우리는 ‘국가관념’ 때문에 생기는 국가에 대한 오인을 뛰어넘어 국가를 있는 그대로, 그 자체로, 그것의 정치적ㆍ사회적 맥락 속에서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51쪽)
이 장[3장]은 국가에 대한 전략관계적 접근법strategic-relational approach을 상세히 설명한다. 이 접근법SRA은 국가에서 국가권력이라는 주제로 초점을 옮기며, 국가는 사회적 관계라는 수수께끼 같은 주장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 주장은 겉보기에 순환논리적인 여섯 부분으로 이루어진 명제로 번역될 수 있으며, ‘국가’를 다음과 같은 용어로 생산적으로 분석할 수 있게 해준다. (1) 더 넓은 자연적ㆍ사회적 환경과 연결된 (2) 여러 기회와 제약이 다양하게 조합된 구체적 국면에서 (3) 정체ㆍ정치ㆍ정책의 형태ㆍ목적ㆍ내용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하는 (4) 여러 세력의 변동하는 균형이 (5) 제도와 담론을 통해 매개된 응축(반영과 굴절)으로서 (6) 국가권력의 행사. (113쪽)
국가는 권력을 행사할 수 없다. 국가란 그 안팎에 있는 여러 다른 세력에 불평등한 기회를 제공하는 권력의 중심들과 역량들의 앙상블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권력을 행사하는 것은 국가 그 자체가 아니다. 대신 (복수의) 권력들을 활성화시키는 것은 국가의 특정한 부분과 특정한 정세 속에 위치한 정치인들과 국가 공직자들의 변동하는 집단들이다. 이 ‘내부자들’은 국가권력의 행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행위자들이지만 언제나 특정 국가의 안팎에 걸쳐 있는 더 넓은 범위의 세력균형과의 관계 속에서 행동한다. 국가 그 자체는 고사하고 국가 관리자에 관해서만 말해보자면, 권력의 행사는 국가체계와 그것의 고유한 역량 너머로 확장되어 있는 복합적 사회관계들을 감춘다. 기능적인 근대국가에서 국가권력의 헌정화와 집중화는 구체적인 공직자와 기관에 공식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게 하고, 선거나 기타 토론장에서 정치적 행위자들을 문책하는 데 유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국가 내부와 그 너머에서 권력이 복잡하고도 [다른 것들을 통해] 매개되는 방식으로 순환한다는 사실을 왜곡하는 것이기도 하다. (119~120쪽)
사회운동은 정당을 대체하지 않으며 대체할 수도 없다. 사회운동은 일반적으로 단일이슈에 초점을 맞추고, 효과적인 통치와 거버넌스를 위해 타협할 의향이 낮으며, 타협하라는 압력도 적게 받는다. 이러한 의미에서 사회운동은 일관성 있는 강령이나 국가 프로젝트를 개발하기보다는 정치적 의제를 파편화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은 강한 의지를 가진 소수자들을 적어도 일시적으로는 동원할 수 있지만, 운동조직의 취약성 때문에 그들의 장기적 지지를 유지하기는 어렵다. 사회운동은 이슈에 따라 성장과 쇠퇴를 반복하며, 존속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재발명해야 한다. 신사회운동은 전체적으로는 좀 더 유연하지만 개별적으로는 훨씬 더 취약하다. 마찬가지로 소수파 정당, 저항정당과 반체제 정당의 생존은 그 조직들의 적응능력과 의지에 달려 있다. 이들에게는 돈에 좌우되는 선거경쟁의 압박과 그들이 정부를 구성하거나 연립정부에 포함될 경우 ‘책임 있게 행동’해야 한다는 압박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가 필요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소수파 정당은 두 가지 선택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다. 하나는 ‘대표의 정당parties of representation’으로 남아 주변적인 자극제 역할을 하면서 소소한 양보를 얻어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연적’ 통치정당이 되어 타협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가능성의 예술[정치]을 존중하는 것이다. 후자의 경우에는 정부의 권력이 더 넓은 경제적ㆍ정치적 지배체계에 도전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166~167쪽)
정치적ㆍ분석적 목적에서 민족성을 규정하는 원초적 기준을 정립하려는 수많은 시도가 있었다. 혈통, 언어, 공유문화, 공동 운명, 기타 ‘자연적’이거나 ‘자연화/귀화naturalize’된 속성 또는 속성들의 집합 등이 제안되었다. 내가 보기에 이러한 시도들은, 사회적으로 민족이 구성되기 이전부터 ‘실재’하는 특정한 민족의 역사적 실존을 입증하려는 노력이라고 보기보다는, 그러한 특성들을 바탕으로 민족적 정체성을 사회적으로 구성하려는 노력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더 좋다. (280쪽)
나는 ‘포괄적 의미의 국가’가 ‘통치+위계적 그늘 아래의 거버넌스’로 정의될 수 있다고 제안한다. 이는 국가란 “지배계급이 자신의 지배를 정당화하고 유지할 뿐 아니라 자신이 지배하는 계급들의 적극적 동의를 얻어내는 실천적이고 이론적인 활동의 복합체 전체”라는 그람시의 잘 알려진 정의에 부합한다. (320쪽)
국가는 경제와 어느 정도 떨어져 있는 것으로 간주되어서는 안 된다. 마치 둘이 별개의 영역에 존재하고 오직 서로 외부적인 관계만 맺는 것처럼 간주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2장 참조). 오히려 정상적인 국가들은 전형적으로-능동적ㆍ수동적으로, 또는 (‘불량국가’와 ‘실패한 국가’의 경우) 불가피하게-여러 측면에서 경제를 구성하는 제도와 관행을 형성하는 데 깊이 관여한다. 국가의 경제에 대한 이러한 관여는 세계시장의 통합을 능동적으로 촉진하거나 적어도 수동적으로 수용하는 것을 포함한다. (345쪽)
나는 민주주의가 자본주의를 위한 최상의 정치적 외피로 간주될 수 있는 조건은 역사적으로(경제적ㆍ정치적으로, 그리고 다른 방식으로) 제한되어 있으며, 권위주의적 국가주의의 추세가 현대국가의 확고한 특징이 되고 있다는 결론을 내린다. (381~382쪽)
포스트민주주의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정치적 비상사태는 설사 금융위기가 해결될지라도 그리고 해결되었더라도 약탈적인 금융지배적 축적체제를 위한 ‘최상의 정치적 외피’로서 계속될 것이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이 새로운 권력 블록의 생존은 베버가 말한 세 가지 형태의 정치적 자본주의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이다. (423쪽)
첫째, 국가는 자신에 고유한 계산양식과 운영절차를 가진 복잡한 제도적 앙상블이자 특정한 목적을 위해 다양한 제도와 역량을 전개하려는 정치적 실천의 현장으로 분석해야 한다. 국가의 핵심을 선험적으로 정의하려고 하기보다는 국가의 경계가 국가 안팎의 구체적인 실천을 통해 어떻게 설정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더구나 국가의 핵심을 식별할 때, 이러한 식별로 국가를 완전히 정의할 수 있다거나, (확장된 국가는 고사하고) 국가의 핵심이 통일되고 단일하며 일관된 앙상블 또는 기관이라고 주장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국가의 경계와 국가가 앙상블 또는 기관으로서 가지는 상대적 통일성은 우연적[상황적]일 것이다. 이는 국가에 상대적인 제도적 통일성을 불어넣고 더 넓은 사회와의 정합성을 촉진하는 다양한 프로젝트와 실천을 검토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438쪽)
요컨대 국가권력이란 복합적인 사회적 관계이며, 그것은 특정한 국면 속에서 변동하는 사회세력의 균형을 반영한다.
셋째, 국가에 대한 적절한 설명은 사회에 대한 이론의 일부로서만 발전할 수 있다. 설사 국가의 제도적 경계를 정밀하게 정의할 수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국가에만 초점을 맞춰서는 국가의 구조적 권력과 역량을 이해할 수 없다. 이는 국가에 고유한 속성이 없고, 따라서 국가가 다른 요소와 힘들에서 완전히 도출되고 설명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 일단 역사적으로 구성되고 고유한 조직 형태와 계산방식을 갖추게 되면 국가는 자신의 고유한 논리를 획득하기 때문이다. 대신 이는 국가가 자신의 모든 제도적 분리와 작동적 자율성을 유지하면서도 더 넓은 정치체계뿐 아니라 더 넓은 자연ㆍ사회 환경에도 착근되어 있다는 것을 뜻한다. 국가의 권력, 따라서 국가권력의 행사와 영향은 항상 조건적이고 관계적이다. (440쪽)
출처:본문중에서
5. 출판사서평
◆ 마르크스의 『자본론』에 견줄 만한 국가이론 분야의 명저
영국 랭커스터대학교 사회학과 명예교수인 밥 제솝은 『자본주의와 국가』를 펴낸 1982년부터 2025년에 소개될 논문에 이르기까지 40년 넘는 기간 동안 왕성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는 국가이론 분야의 세계적인 대가다. 2016년에 출간된 “The State: Past, Present, Future”는 그때까지 제솝이 구축해온 국가이론을 집약했을 뿐 아니라 처음으로 자본주의 이전 국가들로 논의를 확장한 매우 중요한 저작이다. 『국가론』은 바로 그 책을 제솝의 제자인 경남대학교 지주형 교수가 번역을 맡은 것으로, 단순한 번역서를 넘어 거의 공저에 가깝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상당한 시간과 엄청난 공을 들인 흔적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원주의 몇 배나 되는 상세한 각주와 주요 번역어에 대한 소개, 원서의 간략한 색인을 무색케 하는 방대하고 상세하며 체계적인 ‘찾아보기’ 등만 봐도 지주형 교수가 얼마나 큰 애정과 책임감을 갖고 번역에 임했는지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지주형 교수는 이 책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하는데, 이는 자신의 스승에 대한 의례적인 상찬이 아님을 책을 읽다 보면 충분히 깨닫게 된다.
마르크스주의 국가론은 최종적으로 제솝의 국가이론 연구를 통해 국가도 자본처럼 ‘사회적 관계’라는 입장으로 수렴되었다. 그러므로 제솝의 『국가론』은 마르크스의 정치경제학 비판이 완수하지 못한 체계적인 국가 비판을 최선의 수준에서 실현한 저작으로 평가할 수 있다. 현대 자본권력에 대한 이해와 비판의 출발점이 마르크스의 『자본론』이라면, 현대 국가권력에 대한 이해와 비판의 출발점은 제솝의 『국가론』이 되어야 할 것이다. (중략)
『국가론』은 그의 국가에 대한 거의 모든 연구를 집약하고 있다. 필자는 이 책이 마르크스의 미완성 국가 연구 프로젝트를 체계적으로 실현하는 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국가이론 분야에서 『자본론』에 견줄 만한 명저라고 감히 평가하고 싶다. (444~446쪽)
◆ 국가에 대한 신화를 해체한 이론적 혁신
국가의 3대 요소가 영토, 국민, 주권(제솝의 표현으로는 국가영토, 국가인구, 국가장치)이라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이는 유럽 대륙적인 헌법이론ㆍ법이론ㆍ국가이론 전통에 기인한 것으로 제솝은 여기에 ‘국가관념’이라는 네 번째 요소를 더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누구나 할 수 있고 각자가 답을 내릴 수 있는 주제라고 흔히 생각하지만, 연구자들 입장에서 이 질문은 결코 간단하지 않으며 곧바로 ‘개념의 무질서’와 마주치게 된다.
핵심적인 질문은 다음과 같다. 법적 형태, 강제력, 제도적 구성과 경계들, 내적 작동과 계산양식, 선포된 국가 목적, 더 넓은 사회를 위한 기능 또는 국제체계에서 차지하는 주권적 위치 중에서 어느 것이 국가를 가장 잘 정의하는가? 국가는 사물인가, 주체인가, 사회적 관계인가, 아니면 정치적 행위의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을 주는 구성물인가? 국가특성stateness은 변수인가, 그렇다면 그것의 중심적 차원들은 무엇인가? 국가와 법, 국가와 정치, 국가와 시민사회, 공과 사, 국가권력과 미시적 권력관계들 사이의 관계는 무엇인가? 국가는 고립된 단위로서 간주될 때, 정치체계의 부분으로서 간주될 때, 또는 더 넓은 사회구성체나 세계사회의 한 요소로 간주될 때 중 어느 때 가장 잘 연구될 수 있는가? 국가들은 영토적ㆍ시간적 주권을 가지고 있는가, 또는 제도적ㆍ의사결정적ㆍ작동적 자율성을 가지고 있는가, 그렇다면 이러한 주권 또는 자율성의 원천과 한계는 무엇인가? (55쪽)
◆ 국가와 국가권력에 대한 새로운 이해의 틀 제공
복합적이고 난해한 국가의 본질과 다양한 성격을 이해하기 위해 제솝은 국가에 대한 경제주의적ㆍ도구주의적ㆍ기능주의적 신화부터 해체한다. 대신 그는 국가의 형태, 국가가 속한 사회적 관계, 국가를 둘러싼 전략적 실천에 초점을 맞춰 마르크스의 국가론을 재구성한다. 제솝의 이러한 ‘전략관계적 접근법’은 자본주의 국가란 지배적 전략이 그 형태를 규정하는 사회관계임을 밝히는 것이다. 이 관점에 따르면 국가와 국가권력에 대한 네 가지 결론이 도출된다.
첫째, 국가는 권력을 소유하지 않는다. 둘째, 국가 그 자체는 권력을 행사하는 주체가 아니다. 셋째, 권력 행사의 주체는 개별적인 국가기관들을 움직일 수 있는 권한과 영향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과 집단들이다. 넷째, 국가권력이란 여러 다른 사회세력들이 국가장치에 대한 차별적인 접근권과 영향력을 통해 만들어내는 전체적인 국가효과라 할 수 있다.
지주형 교수에 따르면 제솝의 ‘전략관계적 접근법’은 국가론에만 국한되지 않고 일반적 사회이론으로도 적용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매우 크다.
그러나 사실 이 접근법만으로는 국가를 온전히 파악할 수 없다. 국가 자체에 내재한 ‘부분-전체 패러독스’ 때문이다. 부분-전체 패러독스란 전체 사회의 한 부분에 불과한 국가가 그 위상에 걸맞지 않게 사회 전체의 문제에 책임을 지는 특수한 위치에 있음을 가리키며, 국가는 이러한 부분-전체 패러독스의 최고 구현체다.
이렇듯 복잡다기한 국가에 관한 이론들을 제솝은 여섯 가지 접근법으로 분류하고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표를 제시함으로써 본격적인 세부논의에 앞서 큰 흐름을 먼저 파악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여섯 가지 접근법’은 1) 역사적 구성, 2) 형태적 구성, 3) 제도주의 분석, 4) 행위자 중심적 제도주의, 5) 결합태 분석, 6) 국가 의미론과 정치적 담론이다. [표 1-1]과 같은 저자의 독자적인 정리로 먼저 워밍업을 한 후 국가의 다양한 종류와 국가관념, 국가권력, 국가장치, 국가성, 국가특성, 국가 프로젝트, 거버넌스, 스케일, 헤게모니 등의 주요 개념을 알아보고 자본주의적 유형의 국가와 자본주의 사회의 국가 간 차이, 국가의 미래 추세까지 살펴보다 보면 어느새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 세상을 바라보는 것처럼 확장된 시야를 갖게 될 것이며, 심각한 민주주의의 위기로 그 어느 때보다 혼란스러운 지금 우리의 현실에서 다시금 진지하게 국가란 무엇이며,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성찰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출처: 「국가론」 출판사 여문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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