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책소개
저자 황대권은 1985년, '학원간첩단 사건'에 연루되어 13년 2개월 동안 대구, 안동, 대전 등의 교도소에서 갇혀 지냈다. 서른 살부터 마흔네 살의 황금 같은 청춘을 감옥에서 보내며 저자가 한 일은 좀 엉뚱하게도 풀을 뜯어먹고, 풀을 기르고, 풀과 대화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만성기관지염을 고치려고 풀을 뜯어먹다가 풀과 사귀게 되고 만 것이다.
풀 몇 포기밖에 없는 교도소에서 저자가 해낸 일은 무척 인상적이다. 어린 시절 화가를 꿈꾸었고, 서울대 농대를 졸업한 전공자답게 야생초에 대해서는 그 생김새나 주성분, 약효에 이르기까지 다루지 않는 것이 없다. 야생초의 생김새를 꼼꼼하게 그린 수채화가 볼 만하고, 각각의 야생초에 대한 설명이 이 수채화만큼 생생해서 당장이라도 뛰쳐나가 몇 포기 채집하고 풀씨를 뿌려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야생초 이야기와 함께 실린 감방 식구들 이야기, 귀찮게 구는 파리는 거미줄에 걸고, '사상이 불온한' 거미는 사마귀에게 주는 아기자기함이 애잔하면서도 재밌다. 풀, 생쥐와 고양이, 비둘기, 모기에 이어지는 대규모 단작 농업에 대한 비판, 생태농업의 전망에 이르면, 책날개에 씌인 '모든 것에 편재한 하느님'이라는 말이 다시 떠오르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추천 - 예스24
2. 저자소개
황대권
서울농대를 졸업하고 뉴욕 소재 사회과학대학원(New School for Social Research)에서 제3세계 정치학을 공부하던 1985년 어느 날, 황대권은 학원 간첩단 사건에 연루되어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2001년 6월 8일 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를 통해 국가기관에 의한 조작극이었다고 그 사건의 진상이 세상에 널리 밝혀졌지만, 그때는 이미 그가 서른이던 1985년부터 1998년 마흔 네 살이 될 때까지, 황금 같은 청춘의 13년 2개월을 징역에서 보낸 후였다. '내 인생을 내 의지로 내가 바꿔나갈 수 있다'고 철석같이 믿었던 젊은 시절, 무기징역 선고는 날벼락 같은 것이었고 그는 일대 혼란에 빠졌다. 그것은 이제까지 그가 살아온 길과 세상의 이치에 대해 처음부터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우연히 교도소 벽에 도배된 카톨릭신문의 천주교 순교사를 읽고 자신 또한 분단된 국가의 희생자 또는 순교자라는 생각에, 열세 살 어린 나이에 고문을 견디다 순교한 유대철 성인의 세례명인 베드로를 우리말로 바꾸어 바우(Bau)라는 이름으로 종교 생활을 시작하였다. 60일 동안의 모진 고문과, 추가징역도 두려워하지 않고 난동을 부린 죄로 온몸과 팔마저 묶어 가두는 두 달간의 징벌방 생활로 체험한 두 번의 죽음. 당시 하염없이 ‘주여 왜 나를 버리시나이까’라는 노래를 부르며 기도했지만, 그는 신으로부터 아무 대답도 들을 수 없었다.
교도소에서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이 좌절되자 그는 고정된 인격신을 넘어 모든 것에 편재한 하느님을 추구하게 되었다. 도가사상은 그런 생각의 변화에 큰 도움을 주었다. 그전에는 잘 보이지 않았던 사소한 물건이나 벌레, 풀 같은 존재들이 신령스런 존재, 생명을 가진 존재로 다가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감옥 안에 야생초 화단을 만들어 100여 종에 가까운 풀들을 심어 가꾸며 징역을 즐기기 시작했다. 그것은 감옥의 역사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일이었다. 감옥은 더 이상 그에게 투쟁의 장소가 아니라 존재를 실현하는 곳으로 바뀌어 버린 것이다.
그 이후 많은 문제들이 잘 풀리기 시작했다. 엠네스티(Amnesty)에서 지원이 들어오고 외국으로의 서신 왕래가 허락되어 영국 펜클럽 회원 자격으로 연락을 주고받게 되었다. 마침내 1998년 오랜 영어 생활에서 풀려나 전남 영광에서 농사를 지을 때, 노르웨이 국영방송(NIR)이 찾아와 그를 주인공으로 한 다큐멘터리를 제작·방영하여 노르웨이 전역에 알려지는 유명인사가 되었다. 1999년부터 2년 동안은 유럽에 머물며 영국의 임페리얼 대학에서 생태농업을 공부하면서, 변화하는 세계의 모습과 유럽의 대안공동체들을 살펴보고 돌아왔다.
현재 그는 활발한 저술과 강연의 와중에 청년시절부터의 오랜 숙원이었던 생태공동체의 실현에 온 열정을 쏟으며, 2001년부터 현재까지 생태공동체 연구모임(www.commune.or.kr)을 이끌고 있다.
저서 《백척간두에 서서: 공동체 시대를 위한 명상》(사회평론, 1993)과 세계 공동체 탐방기인 공저 《세계 어디에도 내 집이 있다》(한겨레, 2002), 역서 《가비오따스》(말, 2002)와 논문 《대체 농업의 상호비교에 대한 연구: 자연농업을 중심으로》가 있다.
현재 지난 2년 동안의 유럽 체험을 바탕으로, 인권과 생태문제의 연관 속에서 정치·사회구조, 인간관계를 재조명하는 유럽기행’을 준비하고 있다.
출처 - 반디앤루니스
3. 목차
추천의 글 / 이해인
편집자 노트 / 나무선
1. 안동교도소에서 1 (92~93년)
내 작은 야생초밭 1995.5.14
생쥐란 놈들이 1992.6.1
사회참관 1992.6.12
홍콩 영화 1992.6.28
인재를 당한 내 꽃밭 1992.8.15
며느리밑씻개 - 며느리년 똥 눌 때나 걸려들지 1992.8.19
스타펠리아 - 자라고 영그는 데는 다 때가 있다 1992.8.25
참외꽃의 애잔함 1992.9.14
달개비 - 참으로 희한한 꽃 1992.9.17
이 풀더미를 한 평만 떼어다 1992.9.26
들풀모듬 1992.10.17
제비꽃 - 어릴 적 오랑캐꽃이라 불렀던 1993.5.15
모듬풀 물김치 1993.5.31
풀과 꽃이 만발한 교도소 1993.8.28
그리운 얼굴들 - 요료법 1 1993.9.22
야초차에 탐닉하다 1993.11.21
2. 안동교도소에서 2 (94년)
씨앗 1994.4.8
끈기를 가지고 행하되 조화와 균형 속에서! 1994.5.13
야생초들은 귀중한 옥중 동지 1994.6.1
한밤의 콘서트 1994.6.7
꽃밭이 아니라 완존히 똥밭 1994.6.23
강도와 교도관 1994.6.30
강아지풀 - 고 작은 털북숭이 속에 1994.7.9
뻗어라, 오이 덩굴 1994.7.13
닭의덩굴 - 무슨 덩굴이 좋을까? 1994.7.17
오줌은 최고의 생수 - 요료법 2 1994.6.26
딱지꽃 - 나를 다스리는 꽃 1994.7.29
녹두 - 겉모습은 콩과 식물 중 가장 보잘것없으나 1994.8.2
주름잎 - 아무도 보아 주지 않는 저 작은 꽃을 피워 내기 위하여 1994.8.4
방가지똥 - 그래도 난 여름이 좋다 1994.8.8
여뀌 - 하나씩 떼어놓고 보면 참 예쁜 풀 1994.8.9
거미 - 날씨가 더울수록 활개치는 동물 1994.8.14
루드베키아 - 생명력과 보존력이 뛰어난 서양 꽃 1994.8.17
황금 - 花開半 酒微醉 1994.8.22
까마중 - 작고 동그란 '시꺼멈' 속에 조물주의 완전하심이 다 들어 있다 1994.8.23
3. 안동교도소에서 3 (94)
목표물을 향한 무한한 인내심 - 사마귀 생태에 관한 첫 번째 보거서 1994.8.25
매듭풀 - 먹을 수도 없는 게 자라기는 억시게 잘 자라는 풀 1994.8.26
땅빈대 - 흰피를 뚝뚝 흘리며 울부짖는 1994.8.27
정글의 법칙 - 사마귀 생태에 관한 두 번째 보고서 1994.8.29
수까치깨 - 연약하면서도 끈질긴 풀 1994.8.31
돌콩 - 우리가 먹는 콩의 원조 1994.9.2
왕고들빼기 - 야생초의 왕 1994.9.6
마 - 우리 낭군 정력제 1994.9.9
괭이밥 - 맛이 시큼털털 1994.9.13
쇠비름 - 가장 완벽한 야생 약초 1994.9.15
중대가리풀 - 교도소를 대표하는 풀 1994.9.21
비름 - 나의 주식 1994.9.26
명아주 - 어릴 적 동네 할아버지가 짚고 다니던 지팡이 1994.9.29
박주가리 덩굴 - 꼬독꼬독, 말랑말랑한 하얀 솜뭉치의 맛 1994.10.16
국화 없는 가을은 없다 1994.10.25
4. 대구교도소에서 (94~96년)
대구교도소로 이감 1992.12.10
Kwon Field 1995.4.6
초피나무 논쟁 1995.5.3
함박꽃에 얽힌 논쟁 1995.5.5
뽕방 아이들 1995.5.28
나팔꽃 명상 1995.6.7
과식을 하더니 기어코 - 모기 이야기 1995.7.17
옥담 아래 뜀박질 1995.11.4
양파계란부침 1995.11.22
무위에 의한 학습 1996.7.26
문신 1996.8.23
조뱅이, '좆뱅이 치다' 1996.8.29
관찰력 1996.8.31
사람을 생긴 그대로 사랑하기 얼마나 어려운지 1996.9.3
5. 대전교도소에서 (97년)
대전교도소로 이감 1997.6.27
위대(胃大)한 청개구리 1997.7.3
수크령 - 가을 들판의 왕자 1997.9.16
두감쑥차 1997.10.13
가을 운동회 1997.10.17
비둘기의 자식 사랑 1997.11.16
십전대보잼 1997.12.28
뿌리내리기 / 황대권
출처 - 알라딘
4. 책 속으로
그러구 보면 맛이란 것은 음식 자체에서라기보다 허기와 정성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적당히 배가 고프고, 음식을 만드는 정성과 먹는 정성이 합쳐지면 어떤 음식이라도 맛이 있을 거라는 거지. 그러고 보면 젊은 시절 내가 집에 있을 적에 왜 그리 밥을 먹기 싫어했는지 이해가 간다. 먹을 것 귀한 줄 모르고 마음이 닫혀 있으면 맛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법이다. 64
이런 생각을 해본다. 무릇 정성과 열심은 무언가 부족한데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만약 내가 온갖 풀이 무성한 수풀 가운데 살고 있는데도 이런 정성과 열심을 낼 수 있었을까? 모르긴 몰라도 주어진 자연의 혜택을 느긋하게 즐기는 데 시간을 더 쏟았을 것이다. 물론 풍요로운 생활환경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것이지만, 열악한 생활환경에서도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풍요로운 삶을 꾸려나갈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삭막한 교도소에서 만나는 상처투성이 야생초들은 나의 삶을 가꾸어 주는 귀중한 '옥중 동지'가 아닐 수 없다. 76
이런 생각을 해 본다. 무릇 정성과 열심은 무언가 부족한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만약 내가 온갖 풀이 무성한 수풀 가운데 살고 있는 데도 이런 정성과 열심을 낼 수 있었을까?
이런 점에서 삭막한 교도소에서 만나는 상처투성이 야생초들은 나의 삶을 풍요롭게 가꾸어 주는 귀중한 '옥중 동지'가 아닐 수 없다. 69
나는 요즘 인간관계에 있어서 자연요법이란 무엇인가 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 젊었던 시절에는 상대방과 대화할 적에 자기의견을 먼저 말하고 싶어서 허겁지겁 하곤 하여 자주 대화의 맥을 끊어쓴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어떤 호흡이랄까 리듬이랄까 하는 것을 대화 중에 잡아내에 그 흐름속에서 얘기도 하고 듣기도 하고 그런다. 그렇게 하니 나도 편하고 상대방도 편해하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 156
토종이 사라진 사회, 토종이 사라져도 아무도 슬퍼하지 않는 사회, 그런 세상에 살고 있다. 지금 우리는. 72
출처 - 알라딘
'READ 1825 1기(13.3~18.2)' 카테고리의 다른 글
1월의 추천 도서(1066) 야성이 부르는 소리 - 잭 런던 (0) | 2016.01.30 |
---|---|
1월의 추천 도서 (1065) 아베일족 - 모리 오가이 (0) | 2016.01.29 |
1월의 추천 도서(1063) 야생의 사고 - 레비 스트로스 (0) | 2016.01.27 |
1월의 추천 도서(1062) 야만인을 기다리며 - 존 맥스웰 쿠체 (0) | 2016.01.26 |
1월의 추천 도서(1061) 야만의 시대 - 김성진 (0) | 2016.01.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