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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추천 도서(19.3~20.2)

12월의 추천도서(2472) 특권

1. 책소개

 

미국의 뉴햄프셔 주, 콩코드에 위치한 명문 사립고 세인트폴 스쿨은 오랫동안 부유층 자제들만이 다니는 배타적 영역이었다. 500명 남짓의 아이들이 2000에이커에 달하는 부지에 늘어선 15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100개 이상의 고딕 양식 건물들에서 최고의 교육을 받는다. 이 학교의 연간 학비는 4만 달러, 학생 1인당 책정된 학교 예산은 8만 달러, 한 학생당 기부금은 100만 달러에 달한다. 가난한 파키스탄 이민자였지만 외과의사로 성공한 아버지 덕에 이 사립학교에서 3년을 보낼 수 있었던 저자는, 그러나 그 시간이 “행복하지만은 않았다”고 고백한다. 졸업 당시 동문회장에 뽑힐 정도로 학교생활에는 잘 적응했지만, 실은 “엘리트 친구들 사이에서” 그는 내내 “불편”했다. 이런 “특권층들만의 세상”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생각한 그는 졸업 후 아이비리그로 직행한 동기들과 달리 작은 리버럴아츠 칼리지를 선택한다. 그리고 이와 같은 경험은 그에게 지울 수 없는 의문을 남긴다.
“왜 누구는 이런 학교에 들어오는 게 당연한데, 누구는 죽도록 노력해 성취해야 하는 일이 되는가? 왜 어떤 애들은 학교생활이 너무 편하고 쉬운데, 어떤 애들에겐 악전고투해야 하는 일이 될까? 왜 이런 엘리트 학교의 대다수는 여전히 부잣집 애들인가? 이들은 어떻게 기존의 특권을 그대로 수호하면서도 타고난 재능과 끊임없는 노력으로 그 자리까지 오른 ‘능력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걸까?”
이 의문을 풀기 위해 그는 졸업 후 9년 만에, 이번엔 선생이자 연구자로서, 모교로 돌아간다.

출처 : 교보문고

 

2. 저자

 

저자 : 셰이머스 라만 칸

파키스탄과 아일랜드에서 이주한 부모 밑에서 태어나 뉴욕에서 성장했다. 세인트폴 스쿨 졸업 후 하버포드 칼리지와 위스콘신-매디슨 대학교에서 에릭 올린 라이트, 로버트 하우저, 마이라 맑스 페레이 밑에서 수학하며 불평등과 계급 문제를 연구했다. 2007년부터 컬럼비아 대학의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주로 엘리트를 대상으로 한 문화연구를 통해 우리 사회의 불평등 문제를 다루고 있다. 모교인 세인트폴로 돌아가 1년간 학생들과 함께 지내며 완성해 낸 이 책 『특권』으로 2011년 C.W. 밀스상을 수상했다.
최근에는 재직 중인 컬럼비아 대학 내 성폭력 문제를 다룬 대규모 프로젝트에 참여한 결과를 바탕으로 한 Sexual Citizens를 출간했다. 컬럼비아 인구리서치센터와 여성·젠더·섹슈얼리티 연구소 소속 연구원으로도 활약 중이다. 뉴욕 엘리트에 대한 연구 Exceptional: The Astors, Elite New York, and the Story of American Inequality을 준비 중이며, 러셀세이지 재단의 “경제 엘리트들의 정치적 영향”을 다루는 연구 프로젝트와 뉴욕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후원자들의 취향을 분석하는 앤드류멜론재단의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다.

출처 : 교보문고

 

3. 목차

 

서론 | 민주적 불평등 13
1 새로운 엘리트들 43
2 자기 자리 찾기 83
3 특권의 편안함 147
4 젠더와 특권의 수행 213
5 베오울프도 배우고 〈죠스〉도 배우고 279
결론 351
방법론적 ·이론적 성찰들 364
감사의 말 372
해제 | 엘리트들의 ‘공정’ 사회 | 엄기호 377
옮긴이 후기 390
미주 396
참고문헌 408
찾아보기 414

출처 : 본문 중에서

 

4. 책속으로

 

36쪽 : 나는 내가 “신엘리트”라 부르는 특권층 젊은이들의 초상을 그려 볼 것이다. 이들은 우리가 떠올리는 부자들의 전형적 이미지와는 꽤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모두가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난 것도 아니고, 모두가 백인인 것도 아니다. 4세기 전 미국에 온 이민자 집안도 아니다. 모두가 미국 동북부 출신인 것도 아니다. 프레피 문화를 공유하지도 않는다. 이를테면, 굳이 랩 음악을 마다하고 “더 고급스러운” 문화를 즐기려 드는 이들이 아니란 말이다.우리는 우리 사회의 엘리트들에 대해 그다지 아는 게 없다. 〈배너티 페어〉에서 열심히 프로필을 찾아 읽고, 저녁 뉴스에 나오는 최신 폭로 기사를 챙겨 보며, 부자들의 터무니없는 허점을 보여 주는 TV프로그램을 틀어 놓고 히죽거리기도 하지만, 어떻게 그들이 그런 위치를 획득하고, 유지하고, 보호하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감이 없다. 우리 시대 엘리트들은 과연 누구인가? 그들은 어떻게 교육받는가? 이 세계에 대해, 타인들이 위치한 자리에 대해, 그리고 그들과 상호작용하는 방법에 대해 무엇을 배우는가? 또 지난 50년간 진행된 사회적 환경 변화에는 어떻게 적응했는가? 현대사의 대부분의 기간 동안 엘리트층에서 배제돼 왔던 이들이 쏟아 내는 개방 요구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처했는가?

73쪽 : 오늘날 부자들이 자신들의 위치를, 그들이 가진 자본이나 물려받은 위치가 아니라, 그들이 하는 일로 설명한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와 “그들” 간의 차이는 이전처럼 공장을 소유하느냐 그 공장에서 일하느냐의 차이를 기반으로 하지 않는다. 오히려 엘리트층은 자신들을 다른 이들과 동일시한다. 아침에 일어나 월급 받기 위해 출근한다는 것이다. 경제구조와 경제적 보상 구조의 변화는 부자들에 대한 문화적 이해도 바꿔 놓았다. 이제 단순히 계급 집단주의만으로는 엘리트층이 누구이고 그들이 왜 다른 이들과 다른지에 대해 설득력 있게 설명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우리의 신엘리트층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이해 방식이 필요하고, 이는 우리가 이 나라를 옥죄는 새로운 형태의 불평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우리는 능력주의의 발흥이 어떻게 보호주의와는 멀어지고 개방성과는 가까워진 신엘리트층을 만들어 냈는지 이해해야 한다.

79쪽 :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세상이라는 베커의 희망적인 비전은 오늘날 점점 더 틀린 것이 되어 가는 것 같다. 즉, “부전자전”이라는 말이 맞으며, 어쩌면 아들은 우리가 상상한 것보다도 훨씬 많은 것을 아버지한테서 받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이것을 “계급”의 영향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부모의 출발점이 자녀의 도착점을 말해 주는 훌륭한 지표라는 것이다.

155쪽 : 학교는 무엇을 하는 곳이며, 어떻게 그 역할을 하는가? 특권층은 그들에게 부여된 혜택들을 없애고 “공정”해져야 한다는 요구에 점점 더 민감해지고 있는 교육 체계 속에서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엘리트들은 대체 어떻게 변화하는 세계경제를 용케 헤쳐 나가고 있는 것인가? 지위가 합법적으로 상속될 수 있는 귀족제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고, 실은 그런 관념 자체가 적극적으로 도전 받는 상황에서, 엘리트들은 어떻게 여전히 그들의 위치를 대대손손 물려주는 일종의 “귀족”처럼 보이는 것인가? 요컨대, 주변 세상은 변화한 것으로 보이는데, 엘리트를 구성하는 이들은 대체 왜 그대로인 것처럼 보이는 것인가?

189쪽 :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학생들이 어떤 식으로 “자신들”과 나머지 세상 사람들 간의 차별점을 모호하게 하는지를 반복적으로 볼 수 있었다. 그들이 대부분의 미국 십대들과 다른 점은 분명 무수히 많을 것이다. 사는 집에서부터 겨울 방학 동안 스키 타러 가는 곳, 또 여름방학 때 고향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 인턴십 기회들까지 말이다. 그러나 이런 부유한 삶의 치장들 가운데 그 어떤 것에 대해서도 자랑스레 떠벌리는 일은 없었다. 해리슨의 셔츠론은 그를 포함해 다른 그 누구도 다시 입에 올리지 않았는데, 이는 몇 주가 지나자 신입생들도 한 가지 단순한 진리를 반복해서 배우고 깨우치게 되었기 때문이다. 즉, 그들이 남들과 다른 이유는 셔츠 때문이 아니라는 것 말이다.

211쪽 : 그녀는 세인트폴이 실은 특수이면서 마치 보편인 양하는 것을 참을 수 없어 했다. 비록 그녀가 노골적으로 그렇게 말하지는 않았지만, 내 생각에 그녀가 참을 수 없어 했던 것은 이 학교가 능력주의 가치관을 장려하면서도 가장 어려운 질문 하나는 도무지 던져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세상이 이토록 많이 변했는데, 왜 여기 있는 엘리트 구성원들은 이렇게 조금밖에 변하지 않은 것인가?”라는 질문 말이다.

275쪽 : 여학생들은 남학생들이 직면하지 않는 모순들에 직면한다. 여학생으로 사는 것과 엘리트로 사는 것 사이에는 갈등이 존재한다. 여학생들의 섹슈얼리티는 자의식적인 규제를 요구한다. 섹슈얼리티는 그들이 통제할 수 있고 또 반드시 통제해야만 하는 그들의 일부이며, 이것이 그들에게 관건인, 자연스러운 편안함의 수행을 방해한다. 그런 식으로 섹슈얼리티에 대한 이 학교의 기대 사항들은 여학생들이 특권 표현에 반대되는 방식의 수행을 하도록 요구한다. 이는 물론 어떤 여학생들에게는 문제가 덜 된다. 아주 매력적인 인기 많은 여학생들에게는 그들의 자질에 보상을 주도록 위계질서가 수립되어 있기 때문에, 이런 모순이 그들에게는 덜 확연한 것이다. 그러나 캠퍼스 내 대부분의 여학생들에게는 앞서 말한 긴장이 손에 잡힐 정도로 분명했다. 여학생들에게 몇 배나 높게 나타나는 우울증 발생률이나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해 학교를 떠나야 했던 학생들 중 거의 모두가 여학생들이었다는 사실이 이런 도전들의 존재를 뒷받침한다.

315쪽: 세인트폴에는 거의 100개에 달하는 공식 조직과 그보다 훨씬 더 많은 비공식 조직이 존재한다. 학생이 고작 500명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사실상 거의 모든 학생들이 (특히나 졸업반이 되는 해에는) 이런 그룹 중 하나를 운영한다는 뜻이다. 마찬가지로, 폭넓게 개설돼 있는 교과목들도 학생들에게 서로 다른 분과들에서 뛰어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이런 거의 무수한 선택지들을 통해 이 학교는 모든 학생이 어느 한 곳에서는 최고가 될 수 있도록 조직되어 있다. 

출처 : 본문 중에서

 

5. 출판사서평

 

* 민주화 이후 엘리트의 진화 : 능력주의 신엘리트의 등장
1993년, 올리브색 피부의 열네 살 소년 칸은 처음 도착한 세인트폴 스쿨 기숙사에서 뜻밖의 광경을 마주한다. 예상과 달리 기숙사가 온통 흑인과 라틴계 애들뿐이었던 것. 하지만 이는 그 기숙사가 유색인 학생들만을 따로 모아놓은 ‘소수학생 기숙사’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사실 나머지 기숙사들은 온통 백인 명문가 자제들로 채워져 있었다. 이는 학교 측의 인종차별적 조치 때문이 아니었다. 학교는 이 기숙사를 없애고 그들을 다른 백인 학생들과 함께 거주하도록 할 작정이었으나 이를 반대한 것은 오히려 유색인 학생들이었다. 유색인 학생들은 그곳의 백인 엘리트 학우들 사이에서 “불편”했고, 고향 동네에서처럼 자기네들끼리 있는 게 속편했던 것이다.
그리고 졸업 후 9년 만인 2004년, 교사로서 엘리트 연구를 위해 모교에 돌아간 칸은 충격적인 변화를 목격한다. 여전히 백인 명문가 부유층이 지배적일 거라는 그의 예상을 깨고, 오히려 그들이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고립된 기숙사에서 지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사이 세인트폴의 인종적·계급적 다양성은 더욱 증가했고(“빈자와 부자, 흑인과 백인, 여자애들과 남자애들이 교실과 운동장, 댄스파티와 기숙사, 그리고 침대에서 청소년기를 공유”), “이미 성공의 열쇠를 쥔 양 행동하는” 특권층 아이들은 “세인트폴의 치부”로 여겨지며 “멸종 위기”에 처해 있었다. 학생들은 이런 학생들의 입학 경위에 의문을 제기하며 그들이 여기서 살아남지 못할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문화적으로도 이들은 기존의 엘리트에 대한 고정관념과 달랐다. 이들은 자신들이 소유한 지식과 문화, 인맥 주변에 장벽을 두르고 고급문화, 고급 취향을 구분지으며 자신들만의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폐쇄적인 엘리트들이 아니었다. 전세 비행기를 타고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를 보고 와서는 랩음악을 즐기며 고급문화와 대중문화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개방성과 문화적 잡종성을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어디 내놔도 평범한 미국 시민 같은 외양에 고급 레스토랑에서도 기사식당에서 똑같이 편안히 식사를 즐길 수 있는 엘리트들이었던 것.
저자는 이와 같은 세인트폴 신엘리트들의 경제적 기원을 과거 이주민이 유입되면서 일어난 부의 지각변동에서 찾는다. 과거 자본수입이 압도적이었던 부자들과 달리 이제는 임금 소득이 압도적이 되면서 “자신들의 위치를, 그들이 가진 자본이나 물려받은 위치가 아니라, 그들이 하는 일로 설명”하는 부자들이 생겨난 것이다. 이제 이들과 우리의 차이는 공장을 소유하느냐 그 공장에서 일하느냐의 차이에 있지 않으며, 오히려 “아침에 일어나 월급받기 위해 출근”한다는 점에서 그들은 스스로를 우리와 같다고 생각한다.
과연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한” 민주사회에서 “결과도 정의로운” 사회에 도달한 것일까?

출처 : 후마니타스